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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임나설에 악용되는 진경대사탑비의 진실

기사승인 2024.09.02  09: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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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카톡 하나를 받았다. 내용을 보니 부경대 사학과 이근우 교수가 진경대사탑비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칼럼이었다. 

교수님이 ‘왜 또 그러시나?’ 하고 사뭇 긴장해 내용을 읽어 보다가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사실 별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력이 대단한 현직 역사학과 교수님께서 역사를 모르는 비전문가인 스님을 훈계조로 말하고 있어, 저 스님이 뭔가 큰 실수를 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이다.

▶진경대사를 왜인 후손이라 보는 건 '자의적 비문 곡해' 2024.08.26 경남도민일보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9138

역사를 잘 모르던 필자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주류사학계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가야불교>를 지속적으로 부정해왔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현 사학계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또 가야불교를 알기 위해 그 모체인 가야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것이 ‘가야는 임나다.’라는 임나 문제였다. <임나가야설>은 정한론을 내세웠던 일제의 관제사학자들이 처음 만든 거짓 학설인데, 그 목적은 역사 왜곡을 통한 한반도의 실제적 침략이다. 지금도 극우 성향의 일본 정부가 [헌법 9조]를 무효화 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자행하는 역사 왜곡이 단순한 역사침탈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필자는 ‘한반도 임나설’의 세 가지 근거 가운데 하나인 진경대사탑비의 기존 해석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경남매일 신문에 <창원 봉립사 진경대사탑비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칼럼을 썼다. 그런데 1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서 부산일보 지면을 통해 이 교수가 <반지성주의적 역사 왜곡을 경계한다.>라는 제목으로 필자의 주장을 반박해 왔다. 필자도 반론권을 얻어 <진경대사탑비 왜곡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반론을 제기하며 그의 주장을 논파했다.
 

▶창원 봉림사 진경대사 탑비의 새로운 해석 (도명스님) 2021.11.08 경남매일
http://www.gn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483073 

▶반지성주의적 역사 왜곡을 경계한다 (이근우 교수) 2023-06-28 부산일보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62817582448340

▶진경대사탑비 왜곡에 대한 우려 2023.07.18.  (도명스님) 부산일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2/0001222733?sid=110 


그런데 큰 문제는 이 교수가 그때 논파 당한 주제를 타이틀만 바꾸어 똑같이 주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럼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살펴보자. 

첫 번째는 칼럼 서두에 필자가 “진경대사를 왜인의 후손이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사를 ‘임나 왕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했지 ‘왜인의 후손’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의 임나는 김해의 금관가야가 아니라 가야인이 일본열도에 진출해 세운 가야의 분국으로 이후 왜에게 흡수된 소국이라 말했다. 당시는 백제계가 주도한 왜였고, 정체성이 달랐던 임나가 주변의 소국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선조들이 살았던 원래의 한반도로 되돌아가기 위해 가야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김유신 장군에게 대사의 선조 ‘초발성지’가 투항했던 것이다. 그리고 신라왕으로부터 원래의 성인 김씨를 사성(賜姓) 받았다. 다만 원래 이 땅에 살던 김해김씨와 차별하기 위해 그들을 신김씨로 부른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 교수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비문이 4·6 자 형식으로 구성된 사륙변려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비문은 그의 주장과 같은 4·6이 아닌 6·4로 시작되며 변려문이 아니다. 변려문의 네 가지 조건 가운데 첫 번째부터 어긋난다. 그런데 그는 비문이 변려문이라고 우기고 있다. 몇 구절 대구(對句)가 있다고 모두 사륙변려문은 아니다.

또 이 교수는 사실과 다른 자의적 주장으로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데, 그는 인명으로 풀어야 할 ‘草拔聖枝’(초발성지)를 굳이 문맥도 맞지 않는 “草拔(首露)의 성스러운 가지”라고 해석하는 최헌식 교수의 주장을 끌어오고 있다. 그래서 ‘草’를 처음이라는 ‘初’로 보고 이는 또 처음을 뜻하는 ‘首’와 같기에 ‘초발’을 일러 가야 최초의 왕이라는 망발을 하고 있다. 즉 수로왕은 원래 ‘초발왕’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가야가 태동할 때부터 대를 이어 김해를 지켜온 김해김씨, 허씨, 인천이씨의 가락종친들이 그냥 선조도 아닌 시조(始祖)의 존함조차 몰랐을까 싶다. 수로왕을 ‘초발왕’이라고 불렀다면 김씨 족보나 이후의 문헌에서 그 흔적이라도 남아야 한다. 그게 아니면 구전으로라도 초발왕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흔적은 단 하나도 없다.

 

창원 봉림사지 진경대사탑비 : 통일신라 후기의 승려 심희의 탑비로, 원래 경남 창원 봉림사지 있던 것으로,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있다.

이처럼 1차 사료도 없고, 어디 주석조차도 없는 희한한 주장을 이어붙이기식으로 편집해 논리를 전개하는 것 자체가 학문의 세계에선 매우 하열한 수준이다. 마치 일본 학자들이 임나의 위치를 한반도에 고정하기 위해 앞글자가 비슷한 지명이면 동일한 곳으로 우겼던 음상사(音相似)와 유사하다. 이는 가야가 임나라는 결론을 만들기 위해 말장난으로 맞추어 가는 조잡한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사돈 남의 말하는 이런 자의적이고 도를 넘는 무식한 해석을 가락종친들 앞에서 한다면 학자가 아니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할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임나의 멸망을 서기 561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가 신봉하는 문제적 고대사서 『일본서기』에는 효덕천황 2년인 646년까지 임나가 등장하고 있다. 임나가 김해의 금관가야라면 서기 532년에 멸망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도 완전히 배치된다. 

이 교수는 국내의 민족사학과 진정성을 가진 시민사학자들을 공격하고 임나를 한반도에 고정시키기에 앞서 일본열도 곳곳에 산재한 가야의 흔적과 함께 가야의 열도진출을 진지하게 연구해 제대로 된 가야사를 정립할 계획은 없으신지 묻고 싶다.

필자는 이 교수의 조급한 마음이 왜 그런지 알고 있다. 그동안 우리 역사학계는 해방 후 조선사편수회가 짜 놓은 역사의 틀 위에서 일제 관학자들의 학풍을 그대로 계승했다. 때문에 현 사학계는 이병도. 신석호를 비롯한 식민사학자의 후예들이 대부분이며, 식민사관을 전혀 청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그런데 그동안 패권을 쥐고 역사를 마음대로 유린했던 사학계가 최근 유네스코 고분군 등재 시 그들이 주장한 기문, 다라가 삭제되고 말았다. 그리고 『전라도천년사』 『김해시사』 『부산시사』 등 지방의 역사서가 임나 문제로 발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현 가야사 학계는 계속 코너로 몰리고 있다.

이 교수는 저의 논문을 읽고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왜곡된 ‘임나삼종셋트’로 평생을 배우고 가르쳤는데, 그 모든 기반들이 이제 곧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논문에는 대사의 선조가 신라라는 국가가 아니라 당시의 용장 김유신에게 항복한 이유뿐 아니라 8세기 황복사 비편과 9세기 황룡사 찰주본기에 나타난 3인의 신김씨에 대한 합리적인 규명을 하고 있다.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자세한 것은 곧 출간될 책을 통해서 설명하겠다. 아마 일본과 이 땅의 식민사학자들에겐 필독서가 될 것이다. 깨어있는 국민들에게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식민사학계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프로를 자처하며 우리 역사를 난도질한 매국의 일본도가 우리 역사를 지키려는 재야의 무딘 칼에 과연 견딜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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