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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인디안 추장

기사승인 2018.02.26  21: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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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살 소녀 ‘엘레나 발레로’의 기막힌 인생역전이 있다. 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갔다가 인디언이 쏜 독화살에 맞고 납치된 것이 발단이었다.
 
 1939년 그곳은 아직 미개간지였고 브라질 출신의 백인 아버지가 비싼 목재를 구하러 가족과 함께 여행하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그녀는 인디언의 여자가 되었고 두 남편과 네 아들의 어머니로 살았다. 그곳에서 인디언의 문화적 우주에 동화되고 강요되었다. 껍데기를 깨뜨리지 않고 인디언이란 달걀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셈이다.

 이것은 희귀한 일이고 뒤집어 본 문화접변현상이다. 남자아이라면 죽였을 것이고 더 어린 나이라면 고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11살의 엘레나는 이미 백인의 정체성을 습득했고 모국어도 잊지 않았다. 22년 후 그녀는 백인사회로 귀환한다.

 그녀는 ‘저명한 사람들의 초상’이란 자서전을 쓰면서 한시라도 귀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첫 남편인 추장을 회상하며 크고 강한 남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인디언 추장의 ‘권력’개념에 대해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추장은 인디언 부족들에게 아무런 권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여 그것을 대변하는 의무가 따른다. 이일은 매우 섬세하고 민감한 사항들이다.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권력남용이라도 발견하면 우두머리 위세 때문에 일어난 일로 여겨 가차 없이 추방되고 새 추장을 뽑는 것이 관례다.
 
 추장이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전쟁 때이다. 그녀의 남편도 부족이 원치 않은 전쟁을 일으켜 자신의 욕망과 집단의도를 혼동해서 권력을 잃고 만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전장에 나아가 거기서 죽었다. 사실상 자살과 다름없는 고독한 죽음이었다.

 16세기 유럽인들이 아마존의 인디언 추장이 부족에 대해 권한이 없고 명령복종체제가 아닌 것을 확인한 후에 ‘인디언들은 정치를 모르기 때문에 진정한 사회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인디언은 신앙도, 법도, 왕도 없는 야만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서구인의 잣대요 편견이다. 추장은 집단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일종의 무보수 공무원이고 사회정의를 하나로 집약하는 공동체의 촉매 역할을 한다. 나아가 다른 부족과 구별되는 고유한 정체성(identity)을 확보하는 책임도 진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외교적 능력을 발휘하고 적을 퇴치하는 용기와 전술능력을 갖추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민의(民意)와 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른바 루소의 ‘일반의사’나 공동선을 대변하고 수호한다. 권력이 몸체와 분리될 때 독재와 불평등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몸체와 분리된 권력을 거부하는 인디언의 정치체제야 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형이다.

 추장의 지위역할이 명료하고 민의를 배반했을 때의 벌칙도 추상같다. 그들은 정치를 모르는 게 아니라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
 
 옛날 우리사회의 ‘두레’에서도 비슷한 원형이 있었다. 우두머리격인 ‘영좌’는 어떤 특권도 없고 집단의 조화와 조정을 맡은 심부름꾼이었다. 노인이나 과부집의 농사도 구별 없이 함께 지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생태적 세계관을 가지고 놀이와 작업을 하나로 보았다. 인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모두가 하나 되는 신바람을 일으켰다.

 추장이나 영좌는 ‘생산성과 인간성’을 동시에 추구한 이상적인 지도자 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자는 뜻이 아니라 정치를 패권으로만 보는 서구인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정치도 서구인의 패권정치에 오염되어 있다. 권력이 몸체와 구별되지 않도록 생산성과 인간성을 함께 살리는 지도자가 진정한 통수권자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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