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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교수, 『나쁜 사마리아인들』 기자간담회 개최

기사승인 2018.07.18  09: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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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는 왜 실패할 수 밖에 없는가?

70만 독자가 선택한 책

전 세계 20개국 출간

160주 연속 경제 베스트

 

 

어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는 “ 『나쁜 사마리아인들』 불온도서 지정 10년, 그 후...”라는 주제로 장하준(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기자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 현장에는 각 언론사의 경제부 기자와 문화부 기자 수 십 명이 자리하고 있었고 특히나 경제 관련해 관심을 가지는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자리해 장교수의 간담회 내용에 경청하였다.

2007년 우리말로 번역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였다. 당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조류에 역행해 신자유주의 담론이 얼마나 허약한 역사적·이론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고, 그것이 추천하는 무역 자유화·외국인 투자 자유화·민영화·보수적 재정 정책 등이 얼마나 경제 전반에 해로운가를 보여 주려고 했다.

2007년 한 해에만 1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갑자기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 목록에 오르게 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초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치산업 보호론,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비롯해서 미국의 경제 사상과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록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 특히 그런 정책을 후진국에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특정 정부,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무분별한 시장주의가 지나친 불평등과 경제 불안을 가져와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고 복지국가 등 사회 통합적 정책을 펴는 것이 사실은 자본주의를 더 잘 지키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간단히 말하면 자본주의를 지키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추천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에서 그렇게도 신격화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했던 정책이다.

이 책이 강조한 것은, 이런 정책이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더더욱 안 좋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부자 나라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할 때는 그들이 현재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악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저 임금을 올리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복지 지출도 늘리려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벤처 기업 등을 지원하며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정책으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사회 문제들을 풀기에는 태부족이라고 장하준은 주장한다.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하준은 산업 정책의 부활과 획기적인 복지국가의 확대를 요구한다. 우선 정부, 기업,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과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부 정책, 기업 전략 등이 필요한지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산업 정책을 하면 세계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금도 대규모 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미국 정부는 재빨리 개입해서 자동차 산업에 대대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구조조정을 하였고, 그 이후에도 각종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복지 제도가 모든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복지 제도를 통해 최저 생활을 보장해 주고, 실업 보험, 재교육 등을 확대해서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게 해 주면, 노동자들이 더 진취적이 되어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직업 선택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이 신속해지고 신산업 창출이 더 쉬워져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 비해 1.5배가량 큰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핀란드가 미국보다 경제 성장이 빠른 이유는 그들이 이룬 복지국가가 생산 지향적이고 진취적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촛불 혁명은 더 공정하고, 다 같이 잘 살고, 미래에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이런 열망이 더 절실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불공정하고 잔인한 데다 역동적이지도 못한 나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열망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정책들로는 부족하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 사회 체제를 바꿔야 한다.

끝으로 장하준은 이 책의 에필로그를 토애 3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지승용 기자 jsr6867@naver.com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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