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이야기, 인생에 대한 성찰, 자신의 암 투병 이야기 등
경제·경영서와 대중적인 인문서를 주력으로 지난 2007년 창간한 도서출판 지식노마드에서는 치과의사이자 진보적인 사회운동가인 콩밝 송학선 원장의 한시 산책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를 출간했다고 발표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반핵특위 위원장, ‘반핵평화운동연합’ 창립준비위원 등 송학선 원장의 이러한 이력을 뒤로한 채, 지은가 직접 사진을 찍고, 한시를 읽고, 노래를 했다.
하지만 책 내용 여기저기에서는 단순히 즐기는 아마추어의 수준을 넘어선다. 함께 한 여행 전문가가 “우리가 지나온 곳에 저런 게 있었어?” 하고 놀랄 만한 사진을 찍고, 이름난 소리꾼을 앞에 두고 6시간을 쉼 없이 노래하여 그이의 노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프로의 경지가 엿보인다.
“옛 선비들의 격조야 어찌 넘보겠습니까만 제멋대로 시구를 고르고, 삶의 여행에서 만난 경물을 사진으로 담고, 또 제 말을 섞어 책으로 엮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경景은 정情으로 인해 아름답게 된다 했습니다. 이 사진과 시들이 여러분들 마음속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깨워 되살려 낼 수만 있다면 또한 더 바랄 게 없지 싶습니다.”
신간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는 지은이가 한시를 읽고, 가락을 음미하고, 시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적은 책이다. 여기에 그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 한시와 나란히 배치했다. 마치 한시를 음미하며 걷는 산책길의 풍경인 듯 시와 잘 어우러지는 사진을 보는 것도 이 책만이 가지는 매력이라 하겠다.
이 책에는 먼저 한글 독음을 앞세우고 한자가 뒤따른다. 옛 선비가 그러했듯 먼저 소리 내어 읽어보고 운율을 느껴보란 뜻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 실린 64수의 한시를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읽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이 뜻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한자의 뜻풀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 다음에, 시를 읽은 지은이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석도石濤의 시를 머리맡에서 읽다가 ‘필함춘우사도화筆含春雨寫桃花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는 구절에 그만 또 울음이 터졌네요. 무엇이 그리 그립고 부럽고 하고 싶었는지 그냥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더 늙기 전에 동무 불러 봄비에 붓 적셔 그림 한 폭 그려 두고 마냥 취할 수 있기를…….(본문 78쪽)”
이처럼 지은이의 이야기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세상 이야기, 인생에 대한 성찰, 자신의 암 투병 이야기 등 시를 읽으며 떠오른 느낌,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 내려갈 뿐이다. 마치 “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었는데 독자 여러분은 또 어떻게 읽으실까요?” 말을 건네는 듯한 구성으로 64수의 한시를 읽어 내려간다.
암 투병 중인 저자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 이 책이지만 모든 병마를 훌훌 털고 일어나 콩밝 송학선 원장의 한시 산책 10권이 나오기를 소망해 본다.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 책 표지 |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