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황금돼지 새해가 밝았다.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해야 솟아라,/ 박두진의 시처럼 솟아오르는 “해”는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 띤 얼굴로 우리 곁에 찾아오는 해는 언제나 소년 같은 홍안이요 생기가 넘친다.
많은 사람이 혹한에도 해맞이 축제에 참가하였다. 혼돈을 깨고 태어나는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장엄한 축제다. 묵은해를 털고 새해 소망을 비는 것도 영생의 빛을 가진 신비로운 기운에 매혹되어서다.
영일만의 일출을 보면 사람들의 가슴에도 장엄한 해가 뜰 것이며 그 서광은 오랫동안 마음을 밝혀줄 거룩한 ‘종교’가 될 것이다.
해는 결코 지칠 줄 모른다. 가는 길을 바꾸지도 않으며 하늘의 중도를 이탈하는 일도 없다. 찬란한 하느님의 금빛 메시지를 온 누리에 부려 놓는가 하면 따뜻한 목소리로 음지에 와 덕담을 들려준다.
꽃이 향기와 색으로 말한다면 태양은 모든 생령들에게 빛으로 증언한다. 바로 매일 매일이 창조의 날이다. 전능한 그의 손길이 머무는 곳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은 무소불위의 염력으로 캄캄한 암흑과 마귀가 날뛰는 연옥을 징벌한다.
따라서 태양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참사람이다. 맑은 영혼과 밝은 ‘리비도(Libido)’를 가진 지혜로운 사람이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자라면 더욱 태양을 닮은 초인일 것이다. 폭풍이 불고 장대비가 쏟아져도 태양의 광채는 늙는 법이 없다.
서릿발 같은 한파를 몰아내는 것도 고양이 수염 같은 봄 햇살이고 자비로운 모정을 연상한다.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는 거룩한 태양‘이미지’를 본다.
때로는 귀찮게 간섭하는 늙은 바보 같기도 하지만 늪처럼 닫히고 꽃처럼 열리는 태양은 곧고 올바른 성자이다. 주역으로 보면 건괘(乾卦)에 해당한다. 여섯 개의 양(陽)이 버티고 있는 이 괘야말로 창조적 에너지요 지칠 줄 모르는 원초적 생명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정치도 정치가도 태양처럼 밝은 세상을 열었으면 좋겠다. 국회가 난장판처럼 소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도 그런 자격 없는 사람을 선량으로 선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구나 새해에는 남북회담 북미화담까지 겹치면서 정치적으로 요동치는 격동의 계절이다. 진정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옥석을 구분하는 안목을 길러 훌륭한 결말을 보는 일에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넘치는 분열 증후군도 삿대질과 이분법으로 일그러진 모습도 이제는 지양되었으면 좋겠다. 물가가 다락같이 치솟고 험상궂은 범죄들이 꼬리를 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청년실업자들의 눈물도 닦아주어야 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무너지는 중산층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 중학생이 유서를 써놓고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 한다. 백성의 가슴 자락을 적시는 수심가를 희망가로 바꾸어줄 올바른 정치문화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동해에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밝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자. 옷깃을 여미며 새해 아침을 맞아야 할 이유이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