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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보름달 미학

기사승인 2019.03.03  11: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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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의 풍속화 무동(舞童)에는 ‘춤추는 아이’가 나온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이 그림에는 피리와 해금, 대금을 불고 북과 장구가 어울린다.

삼현육각의 장단에 맞춘 무동의 춤사위와 휘날리는 옷자락에서 신명이 묻어난다. 구경꾼도 없지만 악사도 춤추는 무동도 흥에 겨워있다.

 이처럼 우리겨레의 DNA속에는 가무와 신명이 각인되어있다. 특히 보름달이 떠오르는 한가위에는 풍물놀이가 흥과 멋을 더했다.

 휘영청 밝은 달을 띄워 놓은 가을하늘은 한 폭의 수채화다. 풍년을 상징하는 보름달은 넉넉함이 있고 어머니손길 같은 향수가 베여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는 한가위 보름달을 한산 세모시에 비유했다. 온기가 없는 처연한 월색을 보며 소복한 청상을 연상했음직하다. 그러나 더도 말고 한가위 같기를 바랄만큼 추석은 우리민족에게 최고의 명절이다. 해마다 고향을 찾는 귀성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풍물패가 있어서 명절의 흥을 돋우어 명실 공히 가무의 선봉이 되었다. 이름대로 풍물놀이는 멋과 신바람을 주도했던 농악으로 전통적인 세시풍속과 어울려 풍류를 더했다. 지금이야 그런 다채로운 멋과 풍류는 많이 퇴색했지만 아직도 그 명맥은 살아있다.

 한가위 풍물놀이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볼거리도 많았다. 어깨춤이 절로 나게 하는 신명과 가락이 있고 풍물을 주도하는 상쇠의 두드러진 꽹과리소리도 백미였다. 열 두발 상모를 휘두르는 상모놀이도 신통하기는 마찬가지다. 소고를 두드리며 온갖 기교를 다하던 법구놀이도 뺄 수 없는 구경꺼리였고 아이를 어깨에 올리고 묘기를 부리던 무동놀이도 신기하고도 스릴 있는 구경거리였다. 

 지금은 무대에 올려져 세련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물놀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세계를 돌며 영국황실 연주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난타’공연도 사물놀이의 창조적 변형으로 보인다.
 
민초들의 애환과 숨결을 담아내던 또 다른 장르가 판소리다. 고수가 가락을 짚고 소리꾼은 노래와 몸짓, 재담을 섞어가며 창을 했다. 자지러지는 익살과 재담에 눈시울을 적셨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민초들의 억눌린 정서가 짙게 베여있고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담아내었다.
 
 특히 고종과 대원군은 판소리를 좋아했다. 시김새에 감칠맛을 더한 송만갑 명창은 부귀영화도 누렸다. 소리꾼에게 득음의 경지는 목숨을 건 구도행각 자체였다. 기교가 적고 시원시원한 동편제가 있는가 하면, 목을 휘감듯 애절하고 감칠맛이 나는 서편제도 있다.

 한가위의 레퍼토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질펀하던 흥과 가락이 시들고 형해만 남은 감도 없지 않다. 전통음악이 갖는 정갈한 아름다움도 퇴색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선조들의 풍류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다. 추석연휴에 외국 관광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아쉽다.  

 한가위는 하늘과 사람이, 조상과 후손들이 하나 되는 원초적인 미학이다. 가장 한국적인 민족원형질로서 물려받은 가무와 유희도 세계적인 문화코드로 진화시킬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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