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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달콤한 신선도

기사승인 2019.03.12  09: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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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 의자왕의 총애를 받던 당대최고의 검객이 있었다. 김유신을 제거하라는 밀명을 받고 경주에 숨어들어 사가의 담을 넘었다. 살기를 감지한 김유신과 낯선 검객이 댓돌에서 마주쳤다.

 한순간의 정적을 깨뜨리면서 서로가 칼을 빼들었지만 경직된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촌각의 여지도 없는 고수들의 팽팽한 대치였다. 한나절을 버티던 두 사람은 호각지세를 풀고 마주 앉았다.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장군을 뵈니 영광입니다’는 자객의 수인사를 받자, 김유신은 ‘천군만마는 고사하고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촌부입니다’로 화답했다. 자객은 자신이 졌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검의 대결이라면 추호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검신(劍神)의 경지에 이른 김유신의 마음의 검(劍)을 당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길로 정처 없는 유랑의 길을 떠났다고 한다.

 흔히 일류검객이라면 완벽한 초식을 구사하는 무사이다. 그보다 한 수 위인 당대의 최고검객은 칼과 몸이 하나 되는 경지를 깨달은 무사다. 그러나 검신(劍神)의 경지는 몸도 마음도 모두 검(劍)이 되는 경지이니 당할 자가 없다. 그런 경지는 도를 깨친 후라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신선(神仙)의 경지를 동경했다. 화랑도들이 명산대천을 돌며 대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체험하고 깨닫고자 했던 것도 신선도다. 지금도 명산에는 신선도를 단련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이(理)와 기(氣)를 타고난다. 이는 성(性)으로 만물의 씨앗이다. 사람은 사람 되는 이를 타고난다. 기는 명(命)으로 모든 생물의 에너지로 품수된다. 성이 사람의 마음이라면 명은 사람의 신체이다. 또한 몸속에 흐르는 에너지를 정(精)이라 하여 셋을 합하면 3진(眞)이다.

 마음은 선악을 낳아 사람 됨됨이가 달라지고 신체는 후박이 있어 귀천을 가르며 타고난 에너지는 청탁이 달라 명의 길이가 다르니 3망(妄)이 된다. 3망을 3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신선의 길이다.

 따라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지감(止感)이고 잡념을 멈추게 한다. 올바른 호흡법인 조식(調息)은 기를 다스리며, 바른 몸가짐인 금촉(禁觸)과 함께 신선되는 3가지 수련법이다. 지감은 덕성교육의 문이고 조식은 직관력과 지혜교육의 핵이다. 또한 금촉은 수신교육의 기저이다. 

 신선이라면 먼 얘기로 들리겠지만 사람답게 사는 귀감이 될 만하다.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심신단련의 기본이 될 만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감을 멈추는 지감이 되면 육감(六感)이 열린다.

 이 때 심신일치와 함께 강한 ‘에너지’장(場)이 형성되고 불가사의한 감각이 살아난다. 깊은 지혜의 문이 열리며 예술적 경지도 얻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배가된다.

 신체의 3가지 포인트인 목, 어깨, 허리가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지만 지감훈련이 되면 이런 ‘에너지’장도 쉽게 교정할 수 있다.
 
 마음이 가는 데로 파동(氣)이 전달되고 에너지가 모여 힘(精)이 되는 것이다. 육감이 열리는 경지가 되면 에너지의 흐름도 감지한다.

 떠내려가는 물 위의 나뭇잎처럼 행함이 없이도 행하는 것을 ‘무위행(無爲行)’이라 한다. 사람의 마음도 잔잔한 호수처럼 무념(無念)이면 삼라만상의 진면목을 본다. 이처럼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편에는 말이 있다. 말은 마음의 알갱이다. 말이 고운 사람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다. 말속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 우리 속담에 ‘말속에 씨가 있다’는 뜻과 같다. ‘싫다’라고 생각하면 몸속에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서 투쟁호르몬이 분비된다.

 따라서 지감과 조식, 금촉을 바로 행하면 도(道)에 가까워진다. 우리 고전인 참전계경에 기록된 ‘신선’도인법이다. 온갖 공해와 물신사상에 젖은 현대인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고전의 지혜는 변하지 않는 향수다. 또한 옛것을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키는 혜안도 가능하다.

 새봄을 맞으면서 선조들의 활인비법인 신선도는 쌓아볼 만한 내공이다. 신선도의 달콤한 매력이 척박한 삶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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