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와 손자와 나 -
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내 나이는 일흔이다.
아버지는 구순이 지났다.
손자는 두 돌이 되려면 석 달이 남았다.
아내와 딸과 아들들은 바쁘다.
나는 아버지와 손자를 돌보고 있다.
손자는 세 살배기 재롱을 떨고
아버지는 여섯 살 행동을 한다.
둘 다 기저귀를 차고 있다.
티 없이 웃는 것도 똑같다.
때로는 고집을 부리고
이것저것 해달라고 보챈다.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
위태롭기는 둘 다 매 한가지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점이 있다.
손자는 말을 조금씩 배워 가는데
아버지 기억은 차츰 가물거리고 있다.
손자는 키가 나날이 커가고
아버지 다리에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
손자는 눈에 생기가 돌고
아버지 안광에는 초점이 흐리다.
손자는 밖으로 나가려 하고
아버지는 침상에 누우려 한다.
손자는 앞니가 하나 둘 생기는데
아버지는 틀니조차 자꾸 빠져나온다.
아! 어쩌랴.
손자가 여섯 살이 되면
아버지는 세 살배기 아기가 될 것 같다.
사진출처=2009 노인인식개선 카툰.사진전시회, 김대홍-세월이 흘러가도- |
<<<기해년 2019년 7월 15일 오후에>>>
차보람 기자 carboram@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