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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사에서 의열단의 위상 - 의열단 활동 지침, 공약 10조

기사승인 2019.10.19  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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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현대사 연구가)
前 독립기념관 관장

 

1919년 11월 9일 (음 10월 27일) 일단의 조선청년들이 중국 지린성 파허문(巴虛門) 밖 중국인 농민 반(潘)씨 집에 모였다. 이 집은 자금의 여유가 있었던 이종암이 반씨로부터 세내어 거처 겸 연락처로 사용되고 있었다. 여기서는 가끔 폭탄제조 실험도 하였다. 일종의 비밀아지트인 셈이다.

 

약산 김원봉의 20대 초반 모습(오른쪽 끝)

 

반씨 집에 모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조선청년 13명은 밤이 새도록 토론을 거듭하였다. 11월 초순이면 지린 지방은 벌써 눈이 덮이고 강추위가 몰아치는 계절이다. 청년들은 추위 따위는 아랑곳없이 이날 밤 의열단의 활동지침으로 공약 10조를 결정하고, 구축왜노(驅逐倭奴)ㆍ광복조국ㆍ타파계급ㆍ평균지권(平均地權)의 4개 항목을 최고의 이상으로  내걸었다.

‘정의’의 ‘의(義)’와 ‘맹렬’의 ‘열(烈)’
의열단의 명칭은 김원봉의 작품이다. ‘정의’의 ‘의(義)’와 ‘맹렬’의 ‘열(烈)’을 취하여,  ‘의열단’이라 명명한 것이다. 이날 창단식에 참석한 사람은 김원봉을 포함하여 13명이었다. 그런데 기록에 따라서는 참석자 중에는 몇 사람의 차이가 있다.

다음은 김원봉이 제시한 명단이다.
윤세주(尹世冑)ㆍ이성우(李成宇)ㆍ곽경(郭敬 : 일명 곽재기), 강세우(姜世宇)ㆍ이종암(李鍾岩)ㆍ한봉근(韓鳳根)ㆍ한봉인(韓鳳仁)ㆍ김상윤(金相潤)ㆍ신철휴(申喆休)ㆍ배동선(裵東宣)ㆍ서상락(徐相洛) 외 1명

창립단원들은 형제의 의를 맺고 ‘공약10조’로써 조직기율을 정하였다. 김원봉이 맏형격인 ‘의백(義伯)’으로 선출되어 단장의 임무를 맡았다. 대표자의 명칭을 ‘의백’이라 하고 있음은 단원 상호간의 관계를 반(半) 혈연적 운명공동체 의식으로서 묶인 일종의 형제 결연적 관계로 상정하였음을 말해준다.

초겨울 대륙의 긴 밤이 어느새 밝았다. 새날은 11월 10일, 의열단이 정식 창단되는 날이다. 회의는 밤새도록 계속되고, 그 이튿날 곧 1919년 11월 10일 새벽에 이르러, 후일 왜적들이 오직 그 이름만 들어도 공포하고 전율하던 의열단은, 이에 완전한 결성을 보게 된 것이다. 이날 채택된 ‘공약10조’는 다음과 같다.

공약10조

1. 천하의 정의의 사 (事)를 맹렬히 실행하기로 함.
2. 조선의 독립과 세계의 평등을 위하여 신명 (身命) 을 희생하기로 함.
3. 충의의 기백과 희생의 정신이 확고한 자라야 단원이 됨.
4. 단의 (團義) 에 선(先)히 하고, 단원의 의(義)에 급히함.
5. 의백 (義伯) 일인을 선출하여 단체를 대표함.
6. 하시하지 (何時何地 : 어느 때 어느 곳) 에서나 매월 일차 씩 사정을 보고함.
7. 하시하지에서나 초회 (招會)에 필응 (必應) 함.
8. 피사 (被死) 치 아니하여 단의에 진 (盡) 함.
9. 일 (一) 이 구 (九) 를 위하여, 구가 일을 위하여 헌신함.
10. 단의에 반배 (返背) 한 자를 처살 (處殺) 함.

의열단이 창단될 때 성문화된 단의 강령 같은 것은 달리 없었다. 1923년 단재 신채호의 손으로「조선혁명선언」(의열단선언)이 쓰여질 때까지 일제와 친일파를 몰아내고, 조국을 광복하여, 계급을 타파하며, 토지소유를 평등하게 한다는 4대 목표를 최대의 이상으로 삼았다.

‘평균지권’은 의열단의 진보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조항은 지주소작 관계가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던 조선 국내 사정을 두고 볼 때 대단히 진보적인 것이었다. 요컨대 의열단은 단순한 독립만이 아니라 사회개혁을 지향했으며 대한광복회의 진보적 노선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의열단이 채택하여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공포의 “마땅히 죽여야 할 대상” 즉 ‘7가살(七可殺)’이다.

7가살

(1) 조선총독 이하 고관.
(2) 군부 수뇌.
(3) 대만 총독.
(4) 매국적.
(5) 친일파 거두.
(6) 적의 밀정.
(7) 반민족적 토호열신 (土豪劣紳 : 악덕 지방유지).

의열단은 ‘7가살’과 함께 5가지의 ‘파괴대상’도 선정하였다.

파괴대상

(1) 조선총독부.
(2) 동양척식회사.
(3) 매일신보사.
(4) 각 경찰서.
(5) 기타 외적 중요기관.

의열단은 ‘7가살’과 ‘5파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처단대상을 명확히 함으로써 활동목표를 적시한 것이다. 총독 정치의 우두머리와 하수인 그리고 민족반역자 모두를 세분화해서 구체적으로 ‘마땅히 죽여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였다.

또 파괴해야 할 핵심기관으로, 통치기관은 조선총독부, 수탈기관으로는 동양척식회사, 선전기관은 매일신보사, 폭압기구는 각 경찰서와 기타 중요기관을 적시하였다. 이는 의열단이 어느 독립운동단체보다 격렬하게 일제와 싸우고자 하는 결의, 치열함과 조선민중의 소망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3회로 이어집니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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