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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 

기사승인 2020.06.11  0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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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 우물이있는집 | 2020년 05월 30일 

이 책은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이 한러 관계와 러시아의 객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30년 동안의 외교의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가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착한 외세’는 없지만 ‘유용한 외세’는 있다

2020년 올해로 한국과 러시아는 국교수립 30주년을 맞았다. 20세기 냉전의 시대 한가운데를 지나온 우리는 러시아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서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 그리고 유라시아횡단열차와 보드카, 마트료시카 등 단편적인 정보를 제외하면 러시아는 사실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러시아를 다룬다.

주러시아 대사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의 명쾌한 해설과 해석,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러시아’를 만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환 소장은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외교현장을 직접 경험한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착한 외세’이나 ‘악한 외세’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가 우리에게 ‘유용한 이웃’인지를 판단하는 지혜와 안목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한국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서로에게 ‘유용한 외세’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러시아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보자

왜 우리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입장이나 국력의 정도는 미국이나 중국, 서방세계, 혹은 일본과도 다르다. 그런데 왜 그들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왜 서구의 일방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입장과 우리의 국력,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객관적인 위치에 맞는 우리만의 시각으로 미국이나 중국, 일본을 바라봐야 하며, 그것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러시아를 ‘유용한 외세’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대한민국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의 강력한 조력자이고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의 안정적 공급원이며 중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시장의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21세기 번영의 대륙인 유라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교통 및 물류의 통로이며, 남북러 삼각협력 파트너이자 북한 급변사태 상황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우군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1990년 동독과 서독 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미국도, 유럽연합의 일원인 영국과 프랑스도 아니었다. 독일 통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동의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남북통일의 경우에도 러시아는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고려했을 때 평화적인 방법이라면 남한 주도의 통일에 대해서 호의적이다. 왜냐하면 1990년 수교 이래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철도, 가스 및 전력망 연결과 같은 메가 프로젝트와 남북러 삼각협력을 통한 극동 러시아지역 개발은 남북 관계가 원만해야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통일한국의 등장이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기보다는 극동지역에서 중국에 중국에 대한 상대적 열세를 상쇄하여 줄 수 있는 견제세력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전략적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 분야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블록체인, 양자암호화 개발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수학, 물리 등 기초과학이 발전한 러시아는 노벨상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가 14명이나 될 정도로 과학기술 수준이 매우 높다. 소련 해체 이후 1990년대 급격한 체제전환 과정에서 붕괴된 제조업 기반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서 일반 생산기술에서 문제가 있는데, 이에 비해 한국은 수준 높은 노동력과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거의 완벽한 상호보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코리아 선언’과 한국 외교관이 생각하는 통일 ‘코리아’

블라디미르 수린 박사는 「코리아 선언」을 통해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 중국세력의 팽창을 국가 존립의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한민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닥쳐올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공생국가, 즉 한국과 러시아가 각각의 주권을 유지하면서 상대방 국민에 대해 내국민대우를 부여하는 국가연합을 이루자는 대담한 주장을 펼쳤다. 

이 책의 저자인 박병환 소장은 러시아가 한국을 유용하고 부담 없는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에 반해 우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보다는 단순히 경제협력의 확대만을 생각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중국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극동 시베리아를 개발하는 담론이 한국에서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하고 있다.

수교 30주년,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국교를 수립한 후, 지난 30년 동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북방정책’, ‘철의 실크로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거창한 수사를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 역시 ‘신북방정책’과 ‘9개 다리(bridge)’ 전략이라는 대러시아정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경협차관의 제공과 모라토리엄 선언, ABM(탄도탄 요격미사일 조약) 파동, 사드 배치 결정, 나로호 발사, 비자면제협정, FTA 협상, 극동 시베리아 개발 협력, 남북러 삼각협력(철도, 가스, 전력망) 등을 둘러싼 많은 일이 있었다. 나로호 발사, 비자면제협정 등의 분야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인 ‘시베리아횡단철도-한반도종단철도 연결, 남북러 가스관 건설과 전력망 연계’ 등의 분야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저자 박병환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였다. 1985년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부에 입부하여 1987~89년간 영국 옥스퍼드대 외교관과정을 이수하였으며, 2005~7년간 러시아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해외근무로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근무하였으며, 특히 러시아에서는 4차례에 걸쳐 약 11년간 근무하였다. 2016년 말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를 끝으로 퇴직하고 이어 상명대학교 글로벌지역학부에서 1년간 강의하였다. 현재까지 《내일신문》,《프레시안》,《Russia-Eurasia Focus》,《해외농업저널》,《모스크바 프레스》 및 러시아 언론 《Взгляд》 등에 한러 관계 및 러시아에 관하여 기고하였다. 저서(공저)로는 『시베리아 개발은 한민족의 손으로』(2009년, 국학자료원)가 있다.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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