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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국민칼럼」 포비아 소사이어티 그리고 행복 4.0

기사승인 2020.08.10  17: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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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균

 

지난 주말에 카톡으로 두 건의 부고 소식을 받았다. 다행히도 장례식장이 같아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부지런히 강남 삼성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병원은 비교적 한적했고, 설렁한 장례식장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체온검사를 하고 마스크를 한 장 받았다.

출입자는 필히 마스크를 써야 입장할 수 있다. 먼저 지하 1층에 조문 장소 한 곳에 들렀다. 접수대에서 안내자가 마스크를 쓰고 조문할 것을 권했다. 방명록을 받는 사람은 물론 상주까지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쓴 채 조문을 한 후 애도의 인사를 나누었다. 

두 번째 문상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상주가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우리도 마스크를 벗고 문상을 했다. 특별한 경험에 병원을 나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갓집에 와서 마스크 문상이라니…. 어느덧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고유한 수천 년 삶의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낯설다. 지구상에서 바이러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도 훨씬 길 것이다. 그중에서 최근 20년 사이에 전 세계를 위협한 바이러스만도 사스, 메르스, 에볼라, 그리고 코로나까지 4종이나 된다. 세균이라 불리는 작은 바이러스가 위대한 문명을 일구어낸 인류를 이렇듯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연결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이미 ‘접촉’이 아닌 ‘접속’의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었지만,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오히려 인간 사회의 물리적 단절은 피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속화되는 듯하다. 

우리는 이제 정(情)이 아닌 점(点)으로 산다. 인류 문명의 99% 기간을 지배하던 아날로그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점이 지배하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우리는 점(dot) 속에 갇혀 점으로 산다.

기술문명사적으로 해석하자면 소위 데이터란 놈이 지식을 지배하는 인간과 진리를 지배하는 신을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 2030년을 향해 또 다른 출발을 시작한 인간 사회는 사회적으로는 데이터라는 점이 지배하게 되었고, 환경적으로는 미세먼지가 삶을 압박하고 있고, 생물학적으로는 세균 바이러스가 거대 인류를 공포 속에서 몰아가는 형국이다. 바야흐로 ‘작은 것이 큰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현대는 포비아(phobia)의 시대이다. 요즘 세상은 ‘바이러스의 공포’를 넘어서 ‘공포라는 이름의 신종 바이러스’가 더욱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모두를 두려워 떨게 한다. 광장공포증, 대인공포증, 고소 공포증, 폐쇄공포증까지 온갖 포비아가 사람들을 위협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나아지고, 지식이 많아지고, 생활이 풍요로워진다고 하는데 ‘포비아’의 양태는 오히려 증가일로다.

연결의 시대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포비아를 선물로 주었다. 바로 ‘대인접촉 기피증’이다. 등교는 연기되고, 백화점과 시장 그리고 영화관과 공연장에는 사람이 발길이 뚝 끊어졌다. 모임이 없어지고, 악수가 없어지고, 흰색이나 검정색 마스크로 온통 가려 얼굴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으니 표정은 굳어지고 친근한 눈빛 교환도 기피하게 된다. 

어느덧 인간은 치명적인 병원균을 옮기는 위험한 숙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안정된 이후에도 자칫 타국인 기피나 심각한 인간 혐오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행복관 마저 바꿀까 두렵다. 우리는 놀 때 가장 행복하지만, 일할 때도 행복하고, 무언가를 배울 때도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과 놀이, 배움은 행복의 기본요소이기에 행복 1.0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인생의 행복은 어디서 올까? 

인생에 성공방정식이 있다면 성장×성취×성숙일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할 때,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그리고 깨달음과 같은 성숙의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것들은 결과행복이라기 보다는 과정행복이니 행복 2.0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일, 놀이, 배움이든 성장, 성취, 성숙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행복이 배가된다. 가족, 친구, 동창, 직장 동료, 각종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통해 행복이 완성되고 배가되고 증폭된다. 바로 이러한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적 행복이 행복 3.0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 지점을 공격한다. 코로나는 인간과 인간을 격리시키고, 고립시키고, 심지어는 적대화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행복을 빼앗아간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행복이 무슨 행복이랴!

격리의 시대!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만남의 양식을 개발해야 할지 모른다. 다양한 SNS나 각종 미디어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물리적 거리나 심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형 대면 관계망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행복 4.0은 코로나로 인해 영원히 물 건너갈지 모르겠다.

한때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방송국 홍보 씨엠송을 즐겨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만나자는 말이 부담스러워지는 사회가 되는 것 같다. 만남이 낯설어지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점점 더 ‘포비아 사회’로 진행되어 갈듯하다. 인간을 연결시킨다는 문명의 첨단도구들이 도리어 인간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에는 이미 문명화가 오히려 반(反) 문명을 촉진하는 ‘문명의 변증법’이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 필자 약력 *

-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
- 전) 삼성 비서실 인사팀
-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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