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슬라브 민족주의 열망이 만들어낸 6만 체코군단의 결집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식민지 체코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전의 신성로마제국은 원래 독일인, 폴란드인, 체코인, 마자르인, 이탈리아인, 남슬라브 제족(諸族) 등을 포함하는 다민족(多民族) 국가로 13세기부터 합스부르크가(家) 왕가의 통치 하에 있었다.
프랑스 혁명으로 등장한 나폴레옹이 1804년에 프랑스 제국을 선포한다. 이후 1806년 프랑스 제국은 오스텔리츠 전투에서 신성로마제국의 오스트리아 대공국 군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이 여파로 천년 동안 내려오던 허울뿐인 신성로마제국(968년~1806년)을 프란츠 2세가 자진 해체하였다.
이는 합스부르크 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으로써 프란츠 2세는 오스트리아 대공국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여러 소공국을 묶어 오스트리아 제국으로 승격하고 프란츠 1세라 칭하였다.
1815년 오스트리아는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유럽 최강국의 지위를 회복했으나,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자유주의와 민족주의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오스트리아 제국은 이탈리아를 통일하려는 사르데냐 왕국 및 독일을 통일하려는 프로이센과 전쟁에서 연거푸 패배하자, 신성로마제국에 이어 오스트리아 황제가 헝가리 왕위를 계승해 왔던 전통 마저 흔들린다.
이에 프란츠 요제프 1세는 1867년 5월 29일 헝가리 귀족들에게 의회 설립과 자치를 보장하는 타협안을 제시하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성립하게 되었다.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지역에서 형성된 체코는 1525년부터 합스부르크 가(家)의 신성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아오면서 1867년에 자동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직할령이 되었는데 제1차 대전 말인 1918년에 해방을 맞이했다.
슬로바키아도 906년 헝가리의 마자르족이 모라비아 제국을 침략하여 슬로바키아를 점령함으로써 이후 1,000년 가까이 헝가리 왕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1918년 제1차 대전 종전과 함께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하나의 국가로 탄생하였다.
체코(체코슬로바키아)군단 설립과 전투
이처럼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19세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범슬라브 민족주의 열풍으로 강한 결속을 다지며 하나의 민족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전개 과정> |
특히, 3국 협상(영·러·프)과 3국 동맹(독·이태리·오스리아-헝가리 제국) 간의 제1차 세계대전(1914.7.28.~1918.11.11.)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징집된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은 똑같이 동유럽 남부 발칸반도 일대의 동부전선에 투입되었다. 이 동부전선 일대는 슬라브계 민족들이 대거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지역이다.
마침 동유럽을 중심으로 불어 닥친 범슬라브 민족주의 열풍은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의 민족주의 정서에 큰 자극제로 작용하였다. 일부 체코슬로바키아 병사들은 탈영해 러시아 쪽으로 집단 귀순하기도 했다.
이는 ‘범슬라브주의’를 외치던 제정 러시아의 지향과 들어맞았다. 그들은 조국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뜨거운 열망을 제정 러시아 육군 제3군 예하 6만 여 명의 체코군단으로 결집했다. 이들은 러시아를 통해 연합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곧바로 1914년 10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독일제국 전선으로 투입되었다.
이때 제정 러시아 측을 설득하고 협상하여 결국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을 포로가 아닌, 군 무력집단으로 조직하고 군사교육훈련을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초대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마사리크(1850년~1937년)였다. 그들의 눈과 총구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그 동맹인 독일 제국으로 향했다.
당시 체코군단은 갈리시아(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영토) 전선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큰 전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특히 1917년 7월 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일어난 즈보로프 전투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을 크게 이겼다. 이 승리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자원군 수가 늘어나면서 바흐마흐 전투에서도 독일 제국군에게 승리하면서 휴전 협정을 맺도록 강요했다.
- 정원식 박사 약력 -
⦁중국 북경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중국 북경대학원 국제관계학(동아시아 해양안보 전공)박사
⦁재한국북경대학대학원교우회 초대회장
⦁약산 김원봉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
⦁재향군인회 안보전략연구원 논문심사 위원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