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과 비극적 역사를 노래한 시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수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한 이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백석, 「모닥불」 (*출처: 시집 『사슴』,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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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신창 :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질긴 끈의 한 종류.
* 개니빠디 : 개의 이빨.
* 짐검불 : 짚 지끄러기 뭉치.
* 너울쪽 : 널빤지쪽.
* 짗 : 깃.
* 개터럭 : 개의 털.
* 재당 : 재실(齋室)에서 제사를 지내거나 문중 회의를 할 때 일을 주관하던 학덕 높은 집안의 어른.
* 초시(初試) : 과거의 첫 시험에 급제한 사람.
* 문장(門長) : 한 문중(門中)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 몽둥발이 : 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은 것.
여치헌 기자 qlsdlwk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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