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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세기』의 저자 행촌 이암 선생의 문집에 실린 옛시 4수

기사승인 2021.01.15  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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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성연방집』 에 실린 옛시를 통해 고려사와의 새로운 만남을 꾀하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 합본된 『단군세기檀君世紀』를 지은 것으로 알려진 행촌杏村 이암李嵒(1297~1364). 선생은 39세에 천보산 태소암에서 1년 동안 머무르며 『태백진훈太白眞訓』과 『단군세기』를 썼는데, 특히 『단군세기』는 고조선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인 삼한관경제三韓菅境制를 밝혔고 47대 단군의 치적과 중요한 사건을 편년체로 기록한 사서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나라를 위하는 길에는 선비의 기개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사학史學보다 더 급한 것이 없음은 무엇 때문인가?’라며 국통國統을 바로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정도로 강렬한 역사 의식을 보여준다. 『환단고기桓檀古記』를 편집하여 엮은 운초雲樵 계연수桂延壽(1864~1920) 선생은 <범례凡例>에서 행촌이 쓴 두 권의 책에 대해 ‘어찌 만금을 베푸는 은덕을 이에 비할 수 있으리오. 가히 조국의 앞날을 밝혀주는 크나큰 영광이라 할 것이다’라고 매우 높이 평가했다.  

행촌 이암의 자화상

 행촌은 고려 충선왕 6년(1313) 때 17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찬성사, 좌정승을 지냈고 공민왕 때 56세 때 철원군鐵原君과 이후 홍건적의 난 때 왕을 모시고 남행한 공으로 철성부원군鐵城府院君에 각각 봉해졌다. 철성鐵城은 현재 경상남도 고성이며 선생은 고성 이씨固城李氏다.  
 선생은 백이정(白頤正, 1247∼1323) 문하에서 학문을 닦으며 13세에 당대 최고 서체로 추앙받던 조맹부의 송설체松雪體를 이미 13세에 터득하여 이후 명필로 이름을 떨쳤다. 원나라의 무종武宗의 명으로 15세의 행촌이 불교의 연화경蓮華經 10첩을 써서 바치자 무종이 ‘천하일필天下一筆’이라 칭찬하였고 동국東國의 조자앙, 즉 조맹부(趙孟頫, 1254~1322)라 불렸다. 고려 시대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에까지도 다양한 문인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필가로 행촌을 언급했다. 특히 조선중기의 문인 신공제(申公濟, 1469-1536)는 우리나라 역대 명필가들의 글씨를 돌에 새겨 탁본해 엮어 만든 『해동명적海東名蹟』에서, 해동의 명필 두 번째로 행촌을 꼽고 있다. 『해동명적海東名蹟』에도 실린 글씨를 판각해 다시 행촌의 문집에 후손들이 실은 덕분에 선생의 필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철성연방집』 뒷부분에 실린 행촌의 친필

 고성 이씨 가문은 선생을 비롯해 이강(李岡, 1333~1368), 이원(李原, 1368-1430)‚ 이주(李冑, 1468-1504) 등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했는데, 현재 전해지고 있는 행촌의 유일한 문집인 『철성연방집鐵城聯芳集』에 이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13세손인 이육(李陸, 1438-1498)이 1475년에 선생의 막내 아들인 이강과 손자 이원의 시를 모아서 편찬한 1책 77장의 목판본을 바탕으로 이의수李宜秀와 이주로李周老‚ 이주정李周楨 등이 이암과 이주의 시문을 첨가하여 1804년에 다시 『철성연방집』 천天, 지地, 인人의 3권으로 구성해 펴냈다.

 이 문집에는 선생과 관련된 11수의 시가 전하는데 <행촌선생일고보유杏村先生逸稿補遺>에 실린 <기식영암寄息影菴>‚ <야제夜製>‚ <청주공북루淸州拱北樓>‚ <원암역칠로연집시元巖驛七老讌集詩> 등 4수는 행촌이 직접 지은 작품으로 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동문선東文選』과 『신증동국여지승람신증新增東國與地勝覽』 에도 행촌의 작품으로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철성연방집』에서 행촌의 작품으로 확인된 漢詩 4수

 『철성연방집鐵城聯芳集』의 <행촌선생일고보유>에 실린 행촌 선생의 시 4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식영암寄息影菴>
浮世虛名是政丞(부세허명시정승)
뜬 세상 헛된 이름은 바로 정승이요 
小窓閑味卽山僧(소창한미즉산승)
작은 창의 한가한 맛은 바로 산속 절의 승려라네 
箇中亦有風流處(개중역유풍류처)
그중 또한 풍류를 누릴 곳 있나니 
一朶梅花照佛燈(일타매화조불등)
한 떨기 매화꽃 부처께 올릴 등에 비친다네  

<야제夜製>
玉輦親臨松嶺上(옥련친림송령상)
임금님께서 수레에 타시고 친히 송령에 왕림하시니
靈芝秀發石亭間(영지수발석정간)
영지(불로초)는 돌정자 사이에 빼어나게 피었다네
吾王盛德那能說(오왕성덕나능설)
우리 임금님 크고 훌륭하신 덕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先賀天齡等此山(선하천령등차산)
먼저 임금의 연치(‘나이’의 높임말) 이 산과 같기를 축원하네 

<청주공북루淸州拱北樓>
古郡高樓逈(고군고루형)
옛 고을에 누각이 뛰어난데
誰知結構初(수지결구초)
누가 처음 지었을 때를 알까 
秋深萬山樹(추심만산수)
가을 깊어 온 산의 나무들 
景入數行書(경입수행서)
풍경은 몇 줄 글로 들어오네
遠峀拱西望(원수공서망) 
먼 산봉우리 두 손 모은 듯 서쪽을 보고
靑雲補北虛(청운보북허) 
푸른 구름은 북쪽 하늘을 수놓는구나. 
登臨忝侍從(등림첨시종)
누에 올라 황송하게도 임금을 모시게 되니
光寵自慙予(광총자참여)
임금님의 총애 절로 날 부끄럽게 한다네

<원암역칠로연집시元巖驛七老讌集詩>
秋風輦路稻花香(추풍련로도화향)
가을 바람 임금님 행차하시는 길에 벼꽃 향기로우니
當日憂民意自長(당일우민의자장)
그날 (임금님께서) 백성 생각하던 마음 자연히 컸으리라.
更對一尊祈聖壽(갱대일존기성수)
다시 한 잔 술 마주하며 임금님의 장수를 비오니,
坐看鰲骨屢成霜(좌간오골루성상)
앉으시어 거북 뼈가 여러 번 서리처럼 하얗게 되는 것 보옵소서.
(임금님이시여. 만수무강하십시오.)

 이 시들을 그냥 해석할 때 기존 학자들의 해석과 견해를 따르면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행촌 선생의 시공간적 상황을 고려하여 해석하면서 정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솔직히 그냥 행촌 선생의 시만 간단하게 해석하고 넘어갔으면 편했을 텐데 괜히 일을 벌이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이 많았다. 시어 하나를 제대로 해석하고 싶은 욕심에 정말 사흘을 투자해 꼬박 온갖 관련 자료들을 검색만 하면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내기도 했다. 조금씩 작품을 해석하는 눈이 열리는 것을 느끼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의 삶과 연관시켜 『고려사高麗史』 원문을 뒤져가면서 해석할 때는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물에 점점 빠져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 행촌 선생의 시 해석 과정을 통해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는지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서로 좋은 의견을 나누며 감상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참고문헌>
1. 자료
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상생출판, 2012.
『철성연방집』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열람실 소장), 1804.  
2. 논저
정재철, 「행촌 이암 시의 연구」, 『한문학논집』 18집, 근역한문학회, 2000.
하정승, 「杏村 李嵒 시의 작자 고증과 미적 특질」, 『동양한문학연구』 제42집, 동양한문학회, 2015.
3. 인터넷 사이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db.history.g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넷 http://www.ugyo.net/

여치헌 기자 qlsdlwkao@naver.com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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