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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은 눈물이다

기사승인 2021.04.12  16: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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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교수는 동경대전1,2를 출간했다. 그의 동학 총결산이다. 이 글은 동경대전을 출판하며서 도올 김용옥 선생이 서문으로 쓴 글이다. 개경지축(開經之祝)이라는 제목을 쓴 글로 이 글을 읽고 동경대전 1,2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개경지축(開經之祝)

동학은 눈물이다. 세월호의 참변을 지금도 우리가 눈물 없이 바라볼 수 없듯 이, 동학의 혁명과정, 그 발생연원으로부터 끝나지 않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눈물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그 혁명에 최소한 30만 이상의( 50만까지 추경) 조선민중이 아낌없이, 두려움 없이 목숨을 던졌다. 이것은 기존 체재의 압박에 대한 단순한 항거가 아니라. 그 항거를 펼연적 운명으로 만들고 있는 집단의식, 보국안민 으로부터 다시개벽에 이르는 인류사적 전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뒷받침된 의식적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단군 이래 그 유례가 없는 체제의 전복이다. 그 전복의 여파가 자유 평등이니 하는 서구적 이데아의 입조선을 가능케 한 것이다.

동학은 동의 학이 아니다. 그 동이 서에 대응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서는 우리민족사의 도도한 흐름의 최근 어느 시점에서 끼어든 덧없는 손일 뿐이다. 그러한 꼽사리군을 동의 상대역으로 전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동학의 동은 서의 상대가 아니라, 서의 침략에 자극받아 일어난 조선혼의 총체이다. 동은 해동의 동이며, 이 땅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수운은 말한다. 이 땅에서 태어나서 이 땅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일 뿐이니 어찌 나의 학이 서학이 될 수 있겠는가? 동학은 해동의 학이요, 그것은 이 땅의 학이요. 우리 조선의 학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배움이다. 그것은 조선역사를 태초로부터 관통하는 학이며 그 학을 수운은 “무극대도”라고 불렀다. 한계가 없는 보편적 길이라는 뜻이다. 조선의 배움이야말로 인류의 가없는 배움이다.

동학을 근대의 출발이니, 근대성의 구현이니 하는 모든 언설(디스꾸르)은 이제 블식되어야 한다. 우리 역사는 서구가 추구해온 근대라는 이념을 추종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서구의 근대가 낳은 것은 터무니없는 진보의 신념, 인간의 교만, 서양의 우월성, 환경의 파괴, 불평등의 구조적 확대, 자유의 방종, 과학의 자본주의에로의 예속, 체제(System)의 인간세 지배, 민주의 허상 · 이런 것들의 안착일 뿐이다. 왕정의 타도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과제상황일 뿐이며 오직 이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일 뿐, 이에 대한 서구적 패턴을 우리가 반복해야 할 의무는 없다. 동학은 혁명인 동시에 개벽이며, 그것은 근대를 맞이하는 운동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웁게 살아가는 대도를 제시한 것일 뿐이다.

이 대도의 실현은 오직 서구적 신관의 파기에서만 가능하다. 이것은 인류 전체의 삶의 개벽이다. 모든 인간이 인간다웁게 살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느님이 된다”는 것과 “하느님을 모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명제이다. “하느님 그 자체가 생성적 과정에 있는 조화이기 때문이다. 동학의 하느님 속에서는 초월과 내재, 유일신과 범신, 인격과 비인격, 존재와 생성, 우연과 필연, 불연과 기연의 모든 언어적 간극이 다 해소되어 버린다. 인간의 참다운 평등과 조화는 오로지 황제적인 신이 사라질 때만 가능한 것이다. 신에 관한 모든 존재증명은 결국 손가락이 다섯 개인 이유가 장갑 손가락이 다섯 개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식의 논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동학에 관한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기술 앞에서 눈물을 감지할 출아는 사람이라면 이제 기존의 세계문명에 염습되어 있는 모든 유치함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종교도, 우리의 학도, 우리의 정치도, 우리의 과학도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 새롭고도 진실된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은 바로 동학. 즉 조선의 학을 바르게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동하은 유구한 조선문명의 총화이며 인류의 미래 이상이기 때문이다.

동학혁명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앞으로 닥칠, 수없는 혁명을 위하여 이 한 권의, 더 없이 원전에 충실한 해석이 우리민족의 여여한 실력을 다시 깨닫게 하고, 남북통일은 물론, 세계사의 주역으로서 웅비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앙망한다.

2021년 3월

뜨락의 매화가 열개쯤 피었을 때

도올 김용옥 쓰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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