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세계의 모든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 시료를 폐기하거나 또는 소련 모스크바의 지정 연구소나 미국 애틀랜타의 CDC로 보낼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천연두 퇴치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순으로 남겨 놓은 천연두 시료를 1999년까지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소련군은 천연두 바이러스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고, 한때 20톤의 바이러스를 유사시 살포할 수 있는 탄두의 형태로 천연두 무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클린턴 대통령은 1999년으로 예정된 CDC의 천연두 바이러스 시료의 폐기를 연기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 결정은 찬반으로 갈린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아직도 과학계의 미해결 이슈로 남아 있다.
…(중략)…바리올라variola(천연두 바이러스 시료)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인류 사회에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퇴치를 해 놓고서도 아직도 천연두의 공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팬데믹과 문명 중에서/김명자』
문명사 속에서 고대로부터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이즈 등의 감염병이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의 본질과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전망한다. 질병과 문명사를 아우르는 대작이다.
지은이 김명자씨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66), 미국 버지니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1971)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원자력 딜레 김명자 (1944~)마』, 『사용후핵연료 딜레마 (공저), 『현대 사회와 과학』,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문화부 추천도서, 1991), 『과학기술의 세계』, 그리고 역서로는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공역), 『엔트로피(Entropy)』(공역) 등이 있다.
#출처=월간개벽 2021년 3월호
김희재 기자 kimheejae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