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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로맨스와 스캔들

기사승인 2018.05.20  20: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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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기착각 속에 산다. 스스로 자신은 잘난 사람으로 여긴다. 인물이 따르지 않으면 성격이 좋다고 생각하고 가방 끈이 짧으면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다고 믿는다. 공부까지 했더라면 자기는 한 자리 크게 할 위인이었을 것이라는 백일몽에 잠긴다.

 그런 위안꺼리도 없었다면 고해 같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자존심일수록 집요하고 강렬하다. 그만큼 검은 콤플렉스가 깊숙이 기생해 있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으로 만든다.
 
 부부 싸움에도 이런 발상이 통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그나마 내니까 이정도지 남이면 벌써 헤어졌을 것이라고 배를 부풀리는 개구리처럼 자기과시를 일삼는다. 그런 소리를 들은 대부분의 아내들은 물러서기는커녕 더욱 공격적이 된다.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포문을 연다. 자식 생각하며 참고 참아서 이 가정이 그나마 유지된 것이지 내 직성대로 했으면 진작 거들 났을 것이라고 따발총(?)세례를 퍼부을 것이다.
 
 객관적 검증 없이 남들도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다반사다. 흔히 ‘길가는 사람 붙들어 물어봐라’고 호언하는 경우다. 모두 다 자기생각처럼 말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허구적 일치성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 한다. 그러나 이것도 착각이다. 호언장담하는 생각일수록 객관성을 잃는 오류와 독선이 많다.

 내가 입고 다니는 청바지는 개성이고 다른 여자가 입는 배꼽 티는 주책이라는 생각도 한다. 멋모르고 개성 없는 애들이라 그저 남이 하니까 따라 입는다고 핀잔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이 쉽게 평가하는 ‘개성과 주책’이란 판단 사이에는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이라 한다. 이것은 세대차에서도 관찰된다.

 ‘결혼도 아이도 선택’이란 젊은이들의 생각을 노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피라미드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적혀있다고 하니 허구적 독특성은 인류보편의 오류인가 보다.

 난폭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노란 불에 횡단보도를 걷는 보행자를 거칠게 비난하는 것도 지나친 자기방어다. 그런 난폭운전자가 같은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넌다면 상대운전자를 그만한 볼륨으로 비난했을 것이다.

 이처럼 남의 눈에 티끌은 보아도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역설을 심리학에서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 한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런 경우이다.
        
 나비는 귀엽고 바퀴벌레는 징그럽다고 생각한다. 더럽고 불쾌한 자극과 짝 지어 머리속에 각인되었기에 어떤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심리학에서 ‘혐오적 조건형성(Aversive conditioning)’이라 한다. 성도착증도 이런 조건형성의 일종이다. 사춘기 때 우연히 겪은 조건형성 때문에 변태적인 성행동으로 발전되는 페티시즘(Fetishism)도 이런 경우다.

 머리꼭지까지 화가 치밀면 주의력과 정보처리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터널시야’(Tunnel vision)라 한다. 사람이 흥분되면 눈앞에 보이는 게 없어지는 현상이다. 즉, 눈이 뒤집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흥분해서 날뛰는 사람에게 ‘눈에 뵈는 게 없나’고 말한다. 우리 주위에서 이런 ‘터널시야’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거품을 물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용이 거품인 경우가 다반사다.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면 까무러치듯 짓는 개의 ‘과민성’과 같다.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치들은 모차르트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자기들과 다른 짐승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이처럼 상대를 비인격적인 존재로 격하시키면서 공격성을 촉발시키는 것을 ‘비인간화 효과’라 한다. 심리학적 인격오류의 사례들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이런 심리학적 인격오류들을 종류별로 보이고 있다. '스캔들’을 ‘로맨스’로 착각하는 한심한 사람들도 많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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