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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국민칼럼」 봄인데 봄이 아니다

기사승인 2020.10.09  17: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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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호

봄의 시작이다. 봄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두려움의 공포가 몰려와도 계절의 봄은 찾아온다.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봄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람마다 봄을 느끼고 기억하는 방법은 제 각각이다.

어떤 이는 땅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새싹을 보며 생명의 기운을 느낄 것이다. 또 다른 이는 향긋하고 쌉쌀한 봄나물 밥상을 생각할 것이다. 봄바람은 온기를 실어 나른다. 봄바람은 희망을 싣고 온다. 힘이 생기고 무엇이든 시작하려 한다. 초목의 뿌리를 깨우기도 하고, 죽은 순이 있던 곳에 가서 새순이 돋아나게 한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요, 희망의 계절이다. 이해인 시인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시로 남겼다.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었구나.”

식물은 제철을 맞으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봄에는 산수유, 개나리, 매화, 목련, 라일락 그리고 가을이 되어 밤공기가 서늘해지면 들국화, 코스모스가 울긋불긋한 꽃을 피워 산과 들을  물들인다.

식물학자에 의하면 꽃이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것은 과도한 경쟁을 피하여 번식하려는 노력이라고 하니 식물의 생존전략에 감탄하게 된다. 식물이 때맞춰 꽃을 피우는 원리는 동물이나 인간과 달리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환경이 변해도, 심각한 위기 상황이 닥쳐도 피할 수 없다. 특히 변덕스러운 날씨와 사시사철 변하는 기후는 생존을 항상 위협한다.

식물은 기온과 햇볕이 갑자기 변하면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목숨을 건 비상한 선택을 한다. ‘죽기 전에 씨앗을 남기자.’는 스트레스를 받아 모든 에너지를 꽃 피우는 데로 쏟아서 열매를 맺고 후손인 씨앗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유달리 솔방울을 주렁주렁 맺는 소나무가 늘고 있다. 소나무도 환경오염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 후손을 남기려는 안간힘을 쓴 결과라고 한다.

가을꽃인 들국화, 코스모스는 기온이 떨어지고 햇살이 약해질 때 생명의 위기를 감지하고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꽃을 피운다. 개나리를 온실에 두면 봄이 와도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해 꽃을 피우지 않는다. 인간의 몸도 식물과 비슷하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세포 응고를 막으며, 긴장을 풀어 인체가 외부의 충격에 유연히 대응하도록 도와준다.

인간은 식물과 달리 스스로 움직일 수 있어서 외부환경에 따른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사계절이 있다. 심리학자 폴 투르니에의 저서 《인생의 사계절》 이라는 책에서 사람도 한평생을 살다 보면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봄과 같은 계절이 있어 사랑받고 태어나서 사랑받고 자란다. 어린아이 때는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여름과 같은 고난의 계절도 있다. 인간도 고난을 통해서 변화를 일으키고 행동이 달라진다. 이를 통해서 지혜로운 자가 된다. 고난을 겪지 않고는 성장하지 못한다. 몸도 정신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건강을 위하여 운동을 한다. 운동은 몸을 괴롭히는 것이다. 결국 몸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괴롭히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건강을 얻는 것이다. 고난 속에서 인간의 인격은 형성되고 영적 존재로까지 성숙하는 것이다.

인생에도 가을과 같은 때가 있다. 이제는 절실하게 자기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수고를 많이 했으면 좋은 열매를, 수고가 없었다면 후회와 낙담밖에는 거둘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의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 추수 때 가서 그동안 종자를 잘못 뿌렸다거나 게을렀다거나 또한 잘못 가꾸었다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인생의 겨울이 온다.

겨울은 모든 생명을 얼어붙게 하지만, 그 속에는 안식이 있고 생명을 단련시킨다. 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봄이 온다는 희망 때문이다. 모든 것을 굳어버리게 만드는 겨울도 봄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듯 한때의 어려움도 희망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그런 마음으로 이 겨울을 이겨낼 일이다.

인생의 사계절에도 때로는 태풍, 홍수, 지진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도 있다. 우리는 혹독한 시련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삶의 지혜로 이겨내야 한다. 아무리 힘든 시련과 역경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라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톨스토이는 “모든 땅이나 초목이 그저 기다리기만 하고 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봄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봄도 그렇다. 우리가 바라는 인생의 봄은 준비된 자에게만 다가온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잡을 수 없는 한낱 아지랑이와 같은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시작되고 있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누구에 게나 똑같을 수는 없다. 오늘의 봄과 내일의 봄은 다를 것이다. 그래서 봄을 준비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매서운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야 꽃은 더욱 예쁘고 향기롭다. 시련을 피하는 꽃씨는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없다.

오늘도 매스컴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지만, 이 또한 우리는 극복해낼 것이다. 지금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뿌리에 양분을 비축하여 다가올 봄에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수선화처럼 버텨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필자 약력 *

- 동국산업 고문
- 전) 동국산업 부회장
- 서울대AMP로타리클럽 회장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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