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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소나무와 한국인

기사승인 2021.11.30  22: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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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한국인

 

글쓴이 : 정창진 (사단법인 한국소나무보호협회 회장, 前 국회의원)

나는 어려서부터 소나무와는 각별한 인연을 가지며 살아왔다. 내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막은골이라는 마을이다. 우리선대의 정3품을 지내신 할아버지께서 심으신 소나무들이 동내의 가운데 길을 막아서 막은골이라 유래되었다 한다. 그로 인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나무와의 추억들이 많다. 

그 후 나는 서울대 임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으며 우리의 스승이며 우리나라 산림육성에 큰 업적을 남기신 현신규 박사님의 추천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이병철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무주, 장수, 진안, 고창, 부안 등 2.700정보의 임야에 1.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에 주도적인 일을 했다. 

이러한 일을 하면서 벌거벗은 우리산야의 녹화사업의 주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큰 뜻을 품고 수원에서 제14대 지역구 국회의원에 진출하게 되었으며 국회에서 농림 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예산을 녹화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의정 활동을 했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이며 여기서 머지않은 곳에는 노송지대 老松地帶가 있다. 이 노송지대는 지지대 고개에서 옛 국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을 말하며 이곳의 200년 이상 된 소나무들은 정조 대왕이 화성을 축성하고 수원 신도시를 가꾸면서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내탕금內容金 1,000냥을 하사하여 식수한 것이다. 

현재 노송지대는 경기도 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총 3공구에 558주(지정노송 34주, 후계목 524주)가 식재되어 있다.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이 노송들을 찾아서 어렸을 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노송들과 대화를 나눈다.

예부터 소나무는 장수와 길상,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서 각별한 숭상과 사랑을 받아 왔으며 특히 문화예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고 풍류도 風流導의 상징으로써 선비정신으로 표현되어 왔다. 

소나무는 백목지장 百木之長, 만수지왕 萬壽之王 등으로 불려지며 예로부터 나무 중의 으뜸이라 여겨져 왔다. 소나무의 이러한 상징성은 『논어 論語의 「자한 子罕에 “歲寒然後之松柏後周”에서 유래하였다. 옛 선비들에게도 이러한 소나무의 의미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윤선도(尹善道, 1587~1671)“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구나. 구천의 뿌리 곧은 줄을 글로 하여 아노라"고하여 소나무의 절개를 칭송하였고, 성삼문(成三間, 1418~1456)도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고 하여 절개와 충절로서의 소나무를 노래하였다.

소나무는 솔, 송수 松樹 등으로 불린다. 우리 말 '솔'은 처음에는 나무 중에서 품계가 가장 높다는 뜻에서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수리'로 불리다가 수리 → 술 → 솔로 변했다고 한다. 어원을 연구하는 한 학자는 '솔'과 '나무'가 합쳐져 '솔'의 '리' 받침이 탈락하여 '소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학자는 생명의 근원인 태양과 물의 기운이 내뻗치는 것을 '살'이라 하는데, 그것이 '솔'로 되었다고 해석한다. 

즉 '솔'은 태양을 나타내는 고유어이며,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나무라는 것이다. 한자로는 '송 松'자를 쓰는데, 오른쪽 '공 公'은 이 나무가 모든 나무의 윗자리에 선다는 것을 뜻한다.

소나무의 상징성

한국의 고대 종교에서부터 우주관과 윤리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의식 기저에 있는 핵심적인 사유구조는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 사상이다.

산신도에는 늘 소나무가 함께한다. 이미지출처=한국무형문화재 80호 자수장 최유현 선생의 신선도 자수

삼재는 우주의 변화와 동인을 하늘 天 , 땅 地, 사람의 삼극관계로 보는 것이다. 고대부터 한국과 중국은 사상적으로 공유하는 바가 컸지만, 중국은 우주를 음양론의 이원적 체계로 이해한 반면, 한국은 삼원적 체계를 선호했다. 한국인들은 3이라는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고, 3은 어떤 일의 완결로 여긴다.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삼세번 이라는 말에서 삼은 한 사이클의 완결이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단군신화는 환응이 지상에 하강할 때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으며 신단수는 신의 세계인 하늘과 인간들의 세계인 땅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인간의 뜻을 하늘에 전달하는 통로 구실을 함과 동시에 하늘의 신지 神習가 땅에 전달되는 통로가 되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신단수는 소나무이다.

이와 같이 소나무는 우리문화와 역사의 신화적 사고의 중심에 있으며 따라서 한 민족의 가슴속에 이렇게 깊게 자리 잡아오고 있으며 "난 뒤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 일세,”라고 했듯이, 우리의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우리의 강인한 의지와 기상을 소나무를 통해 함께 해 왔으며 이제 소나무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상징수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로 지정된 34그루 소나무와 보호수로 지정된 1.7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그중 많은 소나무들은 한 마을의 당산나무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년 그 마을에서 당산제 堂山祭나 동신제 洞神祭를 지내며 한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마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그 마을의 구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와 같이 전국 곳곳의 명목소나무들은 한 마을과 나라의 문화적 상징물이며 자연유산이자 경관 기념물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부터 소나무를 보호 육성하는 금벌사목 禁伐事木, 금산양송법 禁山養松法을 시행하여 도벌 단속과 식재사업에 힘써 왔다. 그러나 일재시대와 6.25 전란을 거치며 산림황폐와 더불어 많은 소나무들이 소실되었다. 옛날에는 전체 산림면적의 75%를 차지했던 소나무는 현재는 20%밖에 되지 않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50년 후에는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산림청 자료가 있다.

소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하자

지금 우리의 소나무가 절박한 위기에 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 기상이변, 온난화와 산불, 태풍, 가공할 병충해로 인해 우리의 소나무들은 죽어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의 가공할 병충해는 일본과 대만 중국의 소나무를 초토화 시켰으며 우리나라는 소나무나라답게 막대한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서 지금까지 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재선충병 치료제와 방재기술의 발전과 무엇보다도 정부와 국민들이 소나무를 살려야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노력으로 재선충의 확산을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사)한국소나무보호협회 2018년 03월 창간호, '솔씨'의 표지 화면

우리 (사)한국소나무보호협회는 소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일을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하여 소나무의 나라 수준아름다운나라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유일한 민간단체이다. 아울러 이런 일의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홍보지 "솔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와 숲을 소개하고 소나무의 보호관리를 위한 기술적, 생태적 이야기들을 수록하였다. 우리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소나무는 경제발전과 생활환경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의 생활권으로 들어와서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등산로와 공원 아파트단지에도 소나무가 많이 있다. 이러한 소나무들도 수십 수백 년 후에는 거대한 거목으로 자라나 우리의 강산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 2019년 솔씨 3월호에 실린 글을 다시 옮겨 실음 -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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